
'아이온2'는 초반부터 기존 엔씨 게임들과는 결이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성능과 직결되는 변신, 날개, 펫 등이 등장해 과금을 유도할 것이라는 억측도 많았지만, 실제로는 과금과 연결된 요소가 전혀 없었다. 성능과 관련된 변신이라 해봐야 어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호신장 정도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극소수의 최상위 랭커만, 그것도 인게임에서 랭킹을 직접 올려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날개와 펫 역시 마찬가지로 유료로 파는 건 전부 외형 아이템일 뿐이었으며, 성능에 영향을 주는 것들은 모두 인게임 플레이만으로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 기존에 P2W을 지향하던 엔씨의 게임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그럼에도 그간의 업보 때문이었을까. 유저들 사이에서는 "아직 모른다. 엔씨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구심이 계속해서 나오곤 했다.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성능이나 편의성과 관련된 과금 요소가 추가될 것이라는 의심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셈이다.
이러한 불신 속에서 '아이온2'가 정식 출시 약 7개월 차에 접어든 지난 14일, 여름 쇼케이스를 통해 향후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번 여름 쇼케이스에서는 신규 직업 권성을 비롯해 신규 던전, 파티 시스템 개편 등 '아이온2' 역사상 최대 규모라 불러도 손색없는 업데이트가 대거 소개됐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멤버십 개편 소식이다.
기존 '아이온2'의 멤버십은 크게 세 종류로 구성돼 있었다. 원격 창고 이용과 거래 기능 등을 제공하는 '산들바람 멤버십(19,700원)', 큐브 보상 선택 횟수 증가와 오드 에너지 등 콘텐츠 이용 횟수를 늘려주는 '챈가룽 멤버십(29,700원)'이 그것이다. 여기에 두 상품을 묶은 45,000원의 '슈고 특급 멤버십'도 있었는데, 대부분은 월정액 개념으로 이를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중요한 건 이 멤버십이 유료 외형 아이템과 더불어 사실상 '아이온2'의 매출을 책임지는 핵심 BM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랬던 멤버십이 기존의 3종에서 단일 상품으로 전격 통합된다. 놀라운 것은 기존 최고가인 45,000원으로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격을 대폭 낮춘 25,000원의 '콰이링 특급 멤버십'으로 개편된다는 점이다. 이용 기간 역시 개선된다. 기존 멤버십은 28일 단위여서, 일반적으로 한 달을 30일로 계산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틀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출시 초기부터 유저들 사이에서는 "조금이라도 상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한 상술 아니냐"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출시 초 소인섭 사업실장은 "7일 단위로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개발 환경에 맞춘 결정"이라고 해명했으나, 유저 입장에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애매했던 이용 기간이 드디어 30일로 늘어난다. 보다 정확히는 콰이링 멤버십을 구매하면 멤버십 패스가 자동으로 열리며 다양한 혜택이 제공되는데, 그 안에 2일 연장권이 포함되는 방식으로 마침내 '온전한 한 달'이 채워지게 된 셈이다.
어찌 됐든 콰이링 멤버십을 사고 꾸준히 게임을 즐기는 것만으로 패스 보상을 통해 2일 연장권을 얻을 수 있으니, 사실상 30일로 늘어나는 것과 다름없다. 정리하자면 멤버십 기능은 그대로인데, 가격은 낮아지고 기간은 늘어난 셈이다. 소인섭 사업실장은 이에 대해 "더 많은 유저가 우리 게임을 찾아올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놓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반응 역시 뜨거웠다. 현장에서는 콰이링 특급 멤버십 가격이 공개됐을 때 한 차례, 이용 기간 연장이 발표됐을 때 또 한 차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누구보다 게임을 사랑하고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엔씨, 그리고 '아이온2'의 행보는 충분히 긍정할 만하다. '언젠가 다시 돈독 오른 엔씨로 돌아와 악랄한 과금을 할 것'이라는 뿌리 깊은 불신을, 오히려 기존 상품을 더 저렴하게 내놓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단숨에 깨버리는 결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워해머 40K: 스페이스 마린2에 등장하는 레안드로스는 말했다. 의심의 얼룩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타이투스가 거의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해 형제 스페이스 마린들과 챕터 마스터의 신뢰를 되찾았음에도, 그는 끝끝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지켜보겠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어쩌면 '아이온2'를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선이 꼭 그랬을 것이다. 출시 초부터 지금까지, 의심의 눈길은 좀처럼 거두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아이온2'의 방식 역시 꼭 타이투스 같았다. 구구절절한 변명을 늘어놓는 대신 묵묵히 제 길을 걸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꾸준한 라이브 방송으로 소통의 끈을 놓지 않았고 이제는 기존보다 저렴한 멤버십을 내놓음으로써 돈독 오른 모습이 아닌, 유저를 위해 기꺼이 변화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물론 그간 엔씨가 쌓아온 업보와 불신의 얼룩은 결코 얕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달라진 모습을 행동으로 증명해 낸 것 또한 '아이온2'다. 선행이 과거의 잘못을 완전히 지울 수 없듯, 과거의 잘못 역시 지금의 선행을 가릴 수는 없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달라진 엔씨와 '아이온2'의 행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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