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 Korea6/24/2026

슈퍼걸 리뷰

Summary

스스로 발목을 잡으며 스스로의 최대 숙적이 되어버린 영화. 슈퍼걸 상영관에 들어서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정말 진심이었다. DC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논하기에 앞서, 필자는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크루엘라', '아이, 토냐',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심지어 배가 반토막 나는 해양 구조 영화 '파이니스트 아워'까지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자칫 뻔한 전기 영화나 흔한 실사화, …

관련 기사:슈퍼걸 - 이미지

슈퍼걸 상영관에 들어서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정말 진심이었다. DC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논하기에 앞서, 필자는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크루엘라', '아이, 토냐',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심지어 배가 반토막 나는 해양 구조 영화 '파이니스트 아워'까지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자칫 뻔한 전기 영화나 흔한 실사화, 혹은 성인용 인형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로 잊힐 뻔했던 작품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지 않았던가. 그런 그가 진부해지기 쉬운 슈퍼히어로 장르를 어떻게 끌어올릴지 지켜보는 것은 몹시 흥미로운 일이었다.

DC 유니버스로 시선을 돌려보자. 필자는 제임스 건이 구축하는 세계관을 꽤나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슈퍼맨에 카라 조엘 역으로 깜짝 등장했던 밀리 앨콕의 첫인상도 대단히 마음에 들었다. 이번 슈퍼걸 역시 무척 매력적이며, 그녀의 첫 솔로 무대는 그러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지점부터 슈퍼걸은 두 개의 상반된 영화가 한 지붕 아래 동거하는 듯한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한다. 영화가 훌륭하게 해낸 장점의 이면에는, 언제나 이를 깎아먹는 단점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그 결과, 몇 걸음 나아가다 이내 뒷걸음질 치는 답답한 전개가 이어지며 끝내 자신만의 리듬을 찾지 못하고 표류한다.

가령, 마지못해 나서는 '비자발적 영웅' 서사를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건 대단히 까다로운 작업이다. "난 신경 안 써"라는 태도를 매력적으로 연기하기란 쉽지 않다. 화면 속 캐릭터가 무심하면, 관객 역시 극에 몰입하지 못하고 무관심해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밀리 앨콕은 이 어려운 줄타기를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 작중 카라 조엘은 결함투성이이고, 여정 내내 그 구제불능의 상태를 벗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지만 그 자체로 아주 유쾌하다. 다만 동전의 양면처럼, 그녀의 캐릭터 서사가 텅 비어 있다는 치명적인 맹점이 존재한다. 영화의 결말부에 이르러서도 그녀는 시작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캐릭터나 배우의 역량 부족이 아니라, 애초에 그녀에게 부여된 각본 자체가 얄팍하기 때문이다. 결국 스토리는 입체감을 잃고 평면적으로 늘어지고 만다.

카라 조엘이 가족을 몰살한 자에게 복수하려는 어린 소녀 루시 마리 놀(이브 리들리 분)과 처음 마주했을 때,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를 지키려 나선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쯤 카라 조엘은… 정확히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물론 이것이 그녀가 루시 마리 놀에게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수는 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서 캐릭터 서사의 핵심은 결국 이브 리들리의 몫이었으며, 그녀의 여정이 주인공 카라 조엘보다 훨씬 완성도 있게 느껴진다.) 즉, 밀리 앨콕의 호연이 영화의 막강한 무기이자 비자발적 영웅의 클리셰를 훌륭히 소화해 낸 것은 사실이나, 이 클리셰 자체가 너무 낡았고 이를 묘사하는 방식 또한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점이 뼈아픈 약점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기시감은 슈퍼걸이 극복해야 할 또 다른 악당이다. 물론 영화는 자신이 어떤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훈장처럼 자랑스레 내비친다. 첫 예고편 공개 당시부터 제임스 건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비교된 것은 자명했고, 원작인 톰 킹의 코믹스 슈퍼걸: 우먼 오브 투모로우 덕분에 더 브레이브나 전형적인 서부극의 문법이 깊게 배어있을 거란 점도 이미 예견된 바였다. 또한 척박한 행성에서 목숨을 걸고 발버둥 치는 자들의 무대이자 흙먼지 날리는 황량한 디스토피아는 누가 봐도 매드 맥스의 오마주다. 여기에 스타워즈의 단골 주점인 모스 아이슬리 칸티나를 향한 헌사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전반에 걸친 외계인 디자인과 특수 분장, 의상의 퀄리티는 그야말로 최상급이며, 제작진이 스타워즈 최고의 무법지대에 머물던 불량배들을 머릿속에 그렸음이 틀림없다.

더 브레이브와 매드 맥스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스타워즈를 통해 만난 격이라는 점은 반갑지만, 여전히 영화 전체에 무딘 칼날 같은 아쉬움이 맴돈다.

하지만 더 브레이브와 매드 맥스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스타워즈를 거쳐 조우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해도, 영화 전반에 서린 무딘 칼날 같은 밋밋함은 지울 수 없다. 매드 맥스 특유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분위기만 영리하게 차용하는 대신, 아예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핵심 플롯 전체를 뚝 떼어와 꽤나 어설프게 버무려 놓았다. 또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처럼 감정선을 파고드는 탁월한 BGM 선곡 대신, 지미 이트 월드의 커버곡이 깔린 채 느릿느릿 이어지는 카라 조엘의 몽타주 시퀀스는… 솔직히 말해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두 간판급 캐릭터들 역시 이런 얄팍한 함정에 빠지고 만다. 메인 빌런인 노란 언덕의 크렘을 연기한 마티아스 스후나르츠의 비주얼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의 크리처 디자인 팀이 본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외형이다. 얼굴에 박힌 구슬, 신체에 이식된 기계 장치, 말을 하기 위해 눌러야 하는 기괴한 빨간 버튼까지, 이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매드 맥스의 썬더돔 한가운데 서 있어도 위화감이 없을 만큼 강렬하고 멋진 이미지를 완성해 낸다.

하지만… 영화는 그 멋진 외형을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노란 언덕의 크렘은 세기말의 바이커 갱단 같은 살벌한 아우라를 뿜어내지만, 정작 그게 전부다. 마티아스 스후나르츠가 매 씬마다 과장된 톤으로 스크린을 장악하며 즐겁게 연기한 흔적은 보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멋 든 제스처에 불과하다. 주변 인물들이 그를 두려워하는 모습이나, 그의 힘을 치켜세우는 몇 마디 허무맹랑한 대사를 제외하면 그를 진정으로 섬뜩하거나 위협적인 빌런으로 만들어줄 알맹이가 전혀 없다.

한편, 제이슨 모모아가 연기한 로보 역시 극에 난입하는데, 상처 하나 입지 않는 이 불사신 안티히어로 현상금 사냥꾼은 팬들이 기대했던 것만큼이나 미친 존재감을 과시한다. 사실 J. 조나 제임슨이나 헬보이, 혹은 인디펜던스 데이의 윌 스미스와 제프 골드블럼이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시가를 질겅거린다는 표현이 과하게 남발되곤 하지만, 모모아는 슈퍼걸에서 그 진부한 수식어를 역대급으로 찰지게 소화해 낸다. 특수 분장과 페이스 페인팅으로 무장한 그는 팬들의 열광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할 만큼 위압적인 실루엣을 자랑한다.

그러나… 굳이 그가 이 영화에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영화 속 캐릭터들은 때론 쥐도 새도 모르게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때론 극의 핵심축을 담당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캐릭터가 중대한 역할을 맡아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로보의 문제는 극에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점이다. 카라 조엘과 마주치는 단 한 씬은 대놓고 재촬영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위해 별다른 동기부여가 필요 없는 지점에 굳이 삽입되었으며, 카라 조엘의 성장을 돕는 입체적인 조력자 역할도 아니다. 그저 카라 조엘과 루시 마리 놀이 쫓는 악당 무리를 우연히 같이 찾고 있었을 뿐이다. 그가 영화에 기여한 바라곤 몇 마디 찰진 개그성 대사가 전부다(물론 재미는 있었다). 어쩌면 그게 로보에게 요구된 유일한 임무였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는 불사신으로서 카라 조엘의 행동에 통과 도장을 찍어주려 등장한 셈인데, 이조차 불필요한 팬서비스처럼 느껴져 그의 쓰임새에 깊은 아쉬움을 남긴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계속해서 "한편으론 훌륭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엉성하다"는 평가를 맴돌며, 제임스 건이 이끄는 DC 유니버스의 두 번째 작품으로서 점차 몸집을 불려 나가는 확장 유니버스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한다. 물론 슈퍼걸이 세계관을 확장하는 기틀을 다져야 하는 것은 사실이며, 이는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이기도 하다. 데이비드 코런스웻의 슈퍼맨과 함께하는 씬들은 경이롭다. 그렇다고 슈퍼맨이 이 영화를 캐리했다거나 슈퍼걸이 재미를 위해 슈퍼맨에 기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낙관적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이와 과거의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이가 빚어내는 역동적인 케미스트리가 그만큼 눈부셨다는 얘기다. 이 두 사람의 투샷을 스크린에서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시가를 질겅거린다는 표현이 과하게 남발되곤 하지만, 제이슨 모모아는 그 진부한 수식어를 기가 막히게 소화해 낸다.

하지만 첫 솔로 무대인 만큼, 슈퍼걸은 마땅히 카라 조엘의 과거 서사에 더 많은 살을 붙였어야 했다. 과거 회상씬을 언제, 어떻게 배치할지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개인적으로는 흐름을 끊고 과거를 읊기보단 시간순으로 전개하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 크립톤 행성이 파괴된 후 우주를 떠도는 거대한 구명정 같은 도시에서 그녀가 성장해 가는 과정이 훨씬 흥미로웠다. 영화는 슈퍼맨에서 칼엘의 기원 서사에 가해진 변경점들을 계속해서 다듬는 한편, 카라 조엘의 시선을 통해 그 이면의 이야기를 제시하며 세계관 구축에 공을 들인다. 문제는 더 브레이브, 매드 맥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노골적으로 짜깁기한 영화의 현재 시점이 아르고에서의 고립된 유년 시절보다 신선함과 흥미 면에서 한참 뒤처진다는 점이다. 양쪽 모두 나름의 오락적 가치는 있지만 말이다.

결국 이게 슈퍼걸이 마주한 최대의 난제다. 영화 전반에 걸쳐 훌륭하게 작동하는 요소들은 차고 넘치지만,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 역시 그만큼 수두룩하다.

Comments (0)

Be the first to comment!
AI 게임 공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