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점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그동안 공개된 예고편에서 이미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겠지만, '요시와 신기한 도감'은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모든 연령대를 사로잡으려는 닌텐도의 거창한 야심작은 아니다. 최근 출시된 전체 이용가 게임 중에서도 가장 순한 맛을 자랑한다. 좋게 말해 어린 자녀를 둔 가족에게 딱 맞는 게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꼬마 게이머들이라고 해서 귀엽고 부담 없는 게임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게임의 배경은 이렇다. 어느 날 두꺼운 가죽 표지를 한 '신기한'이라는 이름의 도감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호기심 많은 '요시'들 앞에 나타난다. 책은 스스로 글을 읽을 수 없기에, 동화 같은 환경 속 독특한 특징을 지닌 이상한 생물들로 가득한 자신의 페이지를 조사해 달라고 요시들에게 정중히 부탁한다. 내가 살펴본 바로는 이것이 게임의 유일한 목표다. 요시가 되어 도감 속에서 꼬물거리는 생물들을 돋보기로 관찰하고, 직접 책 속 페이지로 뛰어들어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아내면 된다. 탐험 도중 아이템을 모아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생물들의 숨겨진 특징에 대한 힌트를 얻고, 가끔씩 등장하는 보스와 전투를 치르는 과정이 게임 내내 반복된다.
요시와 신기한 도감의 첫 번째와 네 번째 챕터를 약 1시간 반 정도 플레이해 보니, 이 게임의 주요 타깃이 성인 게이머가 아니라는 사실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플레이어가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생물들의 새로운 특징을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게임의 기획 의도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도감 속 세계의 환경은 저마다의 규칙으로 움직인다. 주어진 스테이지 환경을 활용해 그 규칙을 파악하고, 세계 안의 다양한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온전히 플레이어의 몫이다. 요시의 모든 능력을 시험해 보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보는 과정은 가볍고 즐거운 퍼즐을 푸는 것과 같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에게 딱 맞는 게임이다.
요시의 기본적인 조작은 기존 시리즈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언가를 먹어 던질 수 있는 알을 만들고, 공중에서 버티는 특유의 점프를 하며, 엉덩이 찍기로 바닥을 공격하는 익숙한 동작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여기에 새로운 행동이 하나 추가되었는데, 바로 작은 생물이나 물건을 등에 업어 원하는 곳으로 던지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틈새로 도둑 쥐 생물인 '찍찍이'를 던져 넣어 요시가 직접 갈 수 없는 곳의 아이템을 가져오게 할 수 있다. 또한 사과 같은 먹이를 등에 지고 가 다른 생물에게 먹인 뒤, 그 생물의 능력이나 태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실패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수로 먹지 말아야 할 것을 삼켜버려도 진행이 아주 조금 지연될 뿐, 해당 대상은 곧바로 다시 나타난다. 취향에 따라 일곱 가지 무지개색 요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날아다니는 수박 모양 몬스터에게 씨앗 공격을 마구 당해도 체력이 깎이지 않는다. 발판을 뛰어넘는 구간에서 실수하더라도 성공할 때까지 그 자리에서 계속 다시 시도하면 그만이다. 최소한의 조작만으로도 스트레스 없이 진행할 수 있으며, 화가 나서 게임을 꺼버릴 일조차 차단한 가장 쾌적하고 안전한 형태의 스테이지 구성을 보여준다. 애초에 귀엽고 즐겁게 하라고 만든 게임이니 말이다!
신기한 도감의 페이지에 추가되는 모든 생물에게 직접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큰 재미 요소다. 물론 도감이 제안하는 이름을 그대로 써도 된다. 나는 앞서 언급한 작은 쥐가 요시 등에 있는 물건을 자꾸 훔치려 하길래 '성가심'이라고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이렇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점은 좋지만, 여기서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게임의 핵심 타깃인 어린아이들이 보호자의 도움 없이 혼자서 플레이하기에는 읽어야 할 글의 양이 꽤 많다는 점이다. 게다가 도감이 화살 모양의 짜증 나는 벌 떼를 묘사할 때 쓰는 '호전적'이라는 단어를 10살 이하의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제 막 글을 떼기 시작한 아이가 마리오 영화에서 요시를 보고 반해서 이 게임을 하고 싶어 한다면, 옆에서 누군가 화면을 보며 글을 읽어주고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요시와 신기한 도감은 무척 사랑스러운 게임이다. 거친 펜 선이 돋보이는 동화책 일러스트는 아주 매력적이며, 등장하는 작은 생물들도 정말 귀엽다. 특히 과거의 요시 시리즈를 오마주하여 요시의 모습에 픽셀 그래픽의 질감을 절반쯤 남겨둔 선택은 팬으로서 무척 마음에 든다. 만약 닌텐도 스위치 2로 나오는 정통 '요시 아일랜드'의 후속작을 기대했다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신작은 다음 세대의 꼬마 요시 팬들이 닌텐도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입문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다정하고 친절한 플랫포머 게임이 될 것이 분명하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