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문을 연 decomp.dev는 원본과 똑같은 기계어가 나오도록 소스 코드를 되살리는 '매칭 디컴파일'의 진행률을 보여주는 사이트였다. 운영자 @encounter는 15일 홈페이지 공지에서 중형 게임 하나에도 수년이 걸리던 작업이었다며, 진행률이 오르는 모습을 보는 재미로 동기를 유지하는 것이 사이트의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폐쇄는 전면 종료가 아니라 기존 프로젝트 페이지와 과거 기록은 계속 제공하되 목록과 신규 등록만 막는 방식이다. 사이트 코드는 오픈소스가 아니어서 복제 사이트도 허용하지 않는다.
운영자는 AI나 포팅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 포트 역시 즐거운 작업이라고 인정했다. AI에 대해서는 올해 초 Opus4.6과 GPT-5.4부터 모델이 매칭 디컴파일 도구를 별도 설명 없이 다루기 시작했고, 최근 GPT-6-Astra 같은 모델은 복잡한 지시를 따르고 심볼과 디버그 정보를 교차 참조하며 일치하는 코드 형태를 직접 찾아낸다고 평가했다. 적절한 지도와 사람의 검토가 있으면 작업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을 닫는 이유로 든 것은 개별 디컴파일 프로젝트 주변의 문제였다. 각 프로젝트는 기여를 장려하려 코드를 공개해 왔는데, 이를 이용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포크해 AI로 '마무리'하는 적대적 포크, 남이 만든 디컴파일 결과로 어설픈 포트를 먼저 내놓는 경쟁, 디컴파일과 PC 포트를 같은 뜻으로 쓰는 등의 혼선이 이어졌다. 디컴파일은 게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는 연구가 우선인데, 디컴파일을 'PC 포트'와 같은 뜻으로 쓰면서 그 취지가 흐려졌다는 것이다. 또한, decomp.dev는 진행률을 모아 보여주는 곳이었지만, 운영자는 공개 목록과 순위표가 토큰을 태워 숫자를 올리려는 경쟁을 부추기면서 '속 빈 숫자 경쟁'이 됐다고 판단했다.
AI 프로젝트를 아예 금지하지 않은 것은 '슬롭'을 정의하기도 관리하기도 어렵고, 개인 취미 운영자가 수백 개 프로젝트에 일관된 기준을 적용할 여력이 없어서다.
최근 AI 코딩 에이전트로 디컴파일과 PC 포트를 만드는 사례는 빠르게 늘었다. 개발자 JRickey는 N64용 '스매시브라더스'의 PC 포트 'BattleShip'을 25일 남짓 만에 AI로 100% 만들었다고 밝혔다.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의 비공식 PC 포트 제작자도 거의 클로드 코드가 전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단, 운영자가 선을 그은 것은 이런 흐름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쌓은 프로젝트를 가로채거나 디컴파일의 취지를 흐리는 방식이다.
공지가 가리키는 갈등은 최근 몇 달 사이 곳곳에서 불거졌다. 지난 1일 '반조: Recompiled' 개발자 DarioSamo는 새로 공개된 '반조-투이 Recompiled'가 자신들과 무관하며 전적으로 AI로 만들어졌다고 선을 그었다. 팀이 만든 도구를 AI에 적용한 결과물이라는 주장도 덧붙이며 AI 포트 경쟁을 '바닥을 향한 경주'라고 비판했다. 이 프로젝트를 소개한 유튜브 채널이 AI 사용과 원작 팀과의 무관함을 처음에 밝히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DarioSamo는 '젤다: Recompiled'를 포함해 자신들의 프로젝트에는 AI를 쓰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9월 초에는 게임큐브용 '대난투 스매시브라더스 DX'가 약 6년 만에 100% 매칭 디컴파일에 도달했다. 마무리 단계에 AI가 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팬이 반발했고, 옹호하는 쪽은 AI 이전에 6년간 사람의 작업이 쌓여 있었다고 맞섰다. 7월에는 '마리오 카트 Wiicompiled' 개발자가 코딩 보조에 AI를 썼다는 사실이 FAQ에서 드러나 'AI 슬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개발자는 에셋에는 AI를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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