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시리즈가 30주년을 맞이하고 9세대에 이르면서 포켓몬의 수는 천 마리를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일본 외 지역의 홍보물은 여전히 1세대 151마리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미국과 영국의 포켓몬센터가 다양한 굿즈를 출시하며 조명받지 못하던 포켓몬들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고, '포켓몬 GO'의 커뮤니티 이벤트 역시 인지도가 낮은 포켓몬들을 꾸준히 등장시키고 있다. 혹시 '캐스퐁'이 닌텐도 스위치 게임 중 '포켓몬스터 브릴리언트 다이아몬드·샤이닝 펄'에서만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심지어 최신작인 '포켓몬 포코피아'에서조차 서식지를 꾸미는 귀여운 환경 아이템으로만 등장할 뿐이다. 그나마 포켓몬 GO를 플레이한다면 이 날씨 포켓몬을 쉽게 만날 수 있기는 하다.
앞으로 이어질 포켓몬스터 30주년 행사에서도 인기 포켓몬 위주의 축제가 벌어질 것이 뻔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덜 알려진 포켓몬들에게 직접 조명을 비춰보기로 했다. 이번 목록에 오른 포켓몬들은 최근 본가 시리즈에 등장하지 않았거나, 등장했더라도 존재감이 너무 옅은 녀석들이다. 예전 게임을 다시 파고들거나, 모든 확장팩을 구매해서 즐기거나, 카드 게임에 푹 빠진 사람이 아니라면 잊어버리기 쉽다. 통신 교환이 아니면 특정 지역에서만 얻을 수 있는 희귀 포켓몬도 일부 포함했지만, 주로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가장 낯설 만한 포켓몬들로 추렸다. 중간 진화 형태는 자연스럽게 단독으로 등장할 확률이 낮으므로, 아쉽지만 이번 목록에서는 제외했다. 참고로 기사에 인용된 포켓몬 도감 설명은 공식 홈페이지의 내용을 따랐다.
꼬치조(Barraskewda) #0847
물 타입 | 꼬치용포켓몬
꼬치조 도감 설명:
- 꼬리 지느러미를 회전시켜 수면으로 뛰어오른 뒤, 수면 가까이를 나는 '갈모매'를 물어뜯는다.
- 100노트 이상의 속도로 헤엄치며, 먹이를 두고 '맨돌핀' 무리와 격렬하게 싸운다.
'포켓몬스터 소드·실드'에서 처음 등장한 꼬치조는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에도 등장했지만, 놀랍게도 포켓몬센터 공식 굿즈가 단 하나도 없다. 관련 카드 역시 5장에 불과하다. 꼬치조는 인지도가 조금 더 높은 '찌로꼬치'에서 진화하는데, 진화 전의 모습도 꽤 험악한 인상을 풍긴다. 안타깝게도 찌로꼬치가 유명해진 이유는 '윽우지'나 다른 포켓몬들에게 잡아먹히는 모습 때문이었다. 포식자들을 피해 간신히 진화에 성공한 녀석이 생존과 경쟁을 위해 흉폭하게 돌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꼬치조가 마지막으로 등장한 본가 게임은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이다.
아이앤트(Durant) #0632
벌레/강철 타입 | 철개미포켓몬
아이앤트 도감 설명:
- 둥지 깊은 곳에 알을 낳는다. 앤티골의 공격을 받으면 거대한 턱을 사용해 반격한다.
- 커다란 턱으로 바위도 씹어 부술 수 있다. 사다이사로부터 알을 지키기 위해 무리가 힘을 합친다.
솔직히 말해 아이앤트는 꽤나 무서운 포켓몬이다. 블랙·화이트 버전에서 처음 등장한 이 거대한 강철 개미는 블랙·화이트 2를 포함해 단 세 편의 본가 시리즈에만 얼굴을 비췄다. 포켓몬센터 공식 굿즈는 단 하나뿐이지만, 카드는 무려 19장이나 발매되었다. 비교적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짧지만 강렬한 활약을 펼치기도 했는데, 지우와 고우, 채이, 그리고 로켓단 일행을 공포로 몰아넣은 바 있다. 본가 게임에서의 마지막 등장은 포켓몬스터 소드·실드였다.
테라키온(Terrakion) #0639
바위/격투 타입 | 암굴포켓몬
테라키온 도감 설명:
-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작은 포켓몬을 괴롭히는 자는 그 누구라도 무자비하게 짓밟아버린다.
- 하나지방의 전설에 따르면 다른 포켓몬들을 지키기 위해 인간과 맞서 싸웠다고 전해진다.
전설의 포켓몬 목록이 길어지면서 특정 포켓몬들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포켓몬스터 바이올렛의 확장팩에서 테라키온을 모티브로 한 패러독스 포켓몬인 무쇠암석이 등장하긴 했지만, 원본인 테라키온 자체는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느낌이다. 블랙·화이트 버전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로 카드는 15장, 굿즈는 단 하나 나오는 데 그쳤다. 함께 성검사로 묶이는 코바르온이나 비리디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2년에 이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개봉하기도 했지만, 영문판 포스터에서는 얼굴조차 내밀지 못했다. 수많은 전설의 포켓몬 그룹 중에서도 이 셋, 특히 테라키온은 유독 잊히기 쉬운 존재가 되었다. 그나마 비리디온은 단독 카드 박스라도 하나 챙겼으니 다행이랄까. 테라키온의 마지막 등장은 포켓몬 레전즈 Z-A의 메가 디멘션 확장팩이었다.
차곡차곡(Stakataka) #0805
바위/강철 타입 | 돌담포켓몬
차곡차곡 도감 설명:
- 울트라홀에서 나타났다. 여러 생명체가 겹겹이 쌓여 하나의 개체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돌담이 움직이며 공격해 온다면, 그 정체는 바로 울트라비스트를 연상시키는 이 정체불명의 생명체일 것이다.
7세대에 처음 도입된 울트라비스트는 포켓몬 세계관에서 꽤나 이질적인 존재들이었다. 이후 울트라 썬·울트라 문에서는 네 마리가 더 추가되며 그 기묘함이 한층 짙어졌다. 그중 한 마리인 베베놈과 그 진화형 아고용은 애니메이션에서 지우의 파트너로 활약하며 제법 비중 있게 다뤄졌지만, 아쉽게도 이 기괴한 돌거인에게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추가된 네 마리의 울트라비스트가 가진 진짜 비극은, 유저가 울트라 버전을 즐겼거나 포켓몬스터 소드·실드의 확장팩 왕관설원을 플레이했거나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챙겨보지 않았다면 이들의 존재조차 모를 수 있다는 점이다. 차곡차곡의 난해한 외형도 인지도 하락에 한몫했을 것이다. 물론 울트라비스트들이 하나같이 기이하게 생기긴 했지만 말이다. 차곡차곡은 포켓몬센터에 자그마한 인형 굿즈 하나가 전부이고, 카드는 7장뿐이다. 앞서 언급했듯, 게임에서의 마지막 모습은 2020년에 출시된 소드·실드의 확장팩이었다.
어치가온(Arctovish) #0883
물/얼음 타입 | 화석포켓몬
어치가온 도감 설명:
- 주변을 얼어붙게 만들어 사냥감을 잡지만, 입이 머리 꼭대기에 달려 있어 먹이를 먹는 데 애를 먹는다.
- 얼굴 피부는 그 어떤 공격에도 상처를 입지 않을 만큼 튼튼하지만, 호흡이 불편해서 결국 멸종하고 말았다.
어치가온은 물고기와 공룡의 화석을 조합해 탄생한 네 마리의 독특한 화석 포켓몬 중 하나다. 보통 화석 포켓몬들은 멋진 외형을 자랑하고, 어치가온 역시 언뜻 보면 매력적이지만 그 설정을 알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애잔해진다. 포켓몬스터 소드·실드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종적을 감췄다. 포켓몬센터의 인형 굿즈 하나와 단 4장의 카드가 이 녀석의 흔적 전부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에서 다시 만나길 간절히 바라는 포켓몬이다. 서브 퀘스트의 주인공으로 쓰기에 이보다 완벽한 설정이 또 있을까?
치갈기(Bruxish) #0779
물/에스퍼 타입 | 이갈이포켓몬
치갈기 도감 설명:
- 이를 강하게 갈아 뇌를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사이코 파워를 머리의 돌기를 통해 발사한다.
- 치갈기가 이를 갈 때 생기는 파문에 햇빛이 반사되면 주변 물결이 눈부시게 반짝인다.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는 이 포켓몬의 고향은 누가 봐도 알로라지방이다. 썬·문에서 데뷔한 치갈기는 지금까지 8장의 카드가 출시되었으며, 굿즈는 포켓몬센터의 인형 하나가 유일하다.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본가 게임 중에서는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에서만 만날 수 있다. 비록 이 기사에 소개된 포켓몬 중 최신작에 등장한 몇 안 되는 녀석이긴 하지만, 하루빨리 치갈기 특유의 기괴하고도 화려한 매력을 극대화한 진화형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끔은 물 타입 포켓몬이 고스트 타입보다 훨씬 소름 끼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표본이기도 하다.
돌핀맨(마이티폼)/Palafin(Hero Form) #0964
물 타입 | 히어로포켓몬
돌핀맨 마이티폼 도감 설명:
- 고대의 유전자가 각성했다. 지느러미 하나로 유람선을 가볍게 들어 올릴 만큼 엄청난 괴력을 자랑한다.
- 50노트의 속도로 헤엄치며 물에 빠진 사람과 포켓몬을 구해내는 바다의 영웅이다.
9세대에 등장한 포켓몬 중 가장 독특한 진화 방식을 가진 녀석이다. 실전 배틀을 즐기는 유저라면 익숙하겠지만, 멀티플레이 시스템인 유니온 서클을 통해 맨돌핀을 번거롭게 진화시켜도 겉보기엔 가슴에 하트 문양 하나 생긴 게 전부라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진가는 배틀에서 드러난다. 교체되어 볼로 돌아갔다가 다시 나오면 고유 특성이 발동해 폼과 능력치가 완전히 영웅처럼 뒤바뀐다. 배틀 밖에서는 항상 평범한 '나이브폼'으로만 지내야 한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돌핀맨 마이티폼은 카드 3종을 포함해 총 5개의 관련 상품이 나와 있다.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도 당당히 주역으로 활약한 바 있다. 아쉽게도 포켓몬 레전즈 Z-A에서는 제외되었기 때문에, 이 바다의 영웅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려면 직접 스칼렛·바이올렛에서 맨돌핀을 진화시키거나 애니메이션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정말 매력적인 콘셉트를 가졌음에도 인지도가 낮아 이번 기회에 널리 알리고자 목록에 올렸다. 앞으로의 게임에서는 더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너트령(Ferrothorn) #0598
풀/강철 타입 | 가시주머니포켓몬
너트령 도감 설명:
- 가시로 바위를 긁어낸 뒤 촉수 끝을 이용해 돌 속에 있는 영양분을 흡수한다.
- 가시는 강철보다 단단하다. 촉수에 달린 가시를 바위에 박아 넣으며 암벽을 기어오른다.
이 녀석은 전적으로 필자의 사심이 담긴 선택이다. 블랙·화이트가 낳은 가장 멋진 포켓몬 중 하나인 너트령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철시드에서 단 한 번 진화할 뿐이지만, 자그마하고 독특했던 녀석이 뇌리에 깊게 박히는 묵직한 디자인으로 탈바꿈한다. 첫인상이 귀엽지는 않아도, 일러스트레이터 쿠라타 소가 그린 카드 일러스트를 보면 너트령이 얼마나 섬뜩하면서도 사랑스러운지 단번에 느낄 수 있다. 5세대 시절에는 실전 배틀에서 악명을 떨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인형 하나와 카드 액세서리 두 개, 그리고 11장의 카드가 전부이며 본가 등장 역시 포켓몬스터 소드·실드에서 멈춰 있다.
파치르돈(Arctozolt) #0881
전기/얼음 타입 | 화석포켓몬
파치르돈 도감 설명:
- 얼어붙은 상반신이 떨릴 때 전기가 발생한다. 몸을 가누기 힘들어 걸어 다니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 고대 해변에 살았으며 몸에 있는 얼음으로 먹이를 보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움직임이 너무 둔한 탓에 결국 멸종했다.
소드·실드에서 어치가온과 함께 데뷔한 파치르돈 역시 기괴하게 조합된 화석 포켓몬으로, 첫 등장 이후 다른 게임에서는 모습을 감췄다. 어딘지 엉성해 보이는 이 포켓몬은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적이 있으며, 3장의 카드와 포켓몬센터 인형 하나가 존재한다. 시간이 난다면 포켓몬센터 웹사이트에 접속해 이 독특한 화석 포켓몬 인형에 달린 따뜻한 상품평들을 읽어보길 바란다. 어떤 포켓몬이든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두리벌레(Blipbug) #0824
벌레 타입 | 애벌레포켓몬
두리벌레 도감 설명:
-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는 매우 똑똑한 포켓몬이다. 단지 힘이 세지 않을 뿐이다.
- 정원에서 자주 발견되며, 몸에 난 털을 이용해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대다수의 벌레 타입이 그렇듯, 두리벌레 역시 최종 진화형은 꽤나 위협적이지만 초기 형태는 앙증맞기 그지없다. 소드·실드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한 번도 다시 등장하지 못했다. 이 매력적인 꼬마 벌레는 7장의 카드가 있지만, 공식 굿즈라고는 세트 상품에 포함된 작은 핀 배지가 전부라 관련 상품을 수집하기가 가장 힘든 포켓몬 중 하나다. 최종 진화형인 이올브가 선보이는 환상적인 거다이맥스 형태를 생각하면 두리벌레 진화 트리의 부재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베라카(Rabsca) #0954
벌레/에스퍼 타입 | 굴림포켓몬
베라카 도감 설명:
- 공을 떠받치고 있는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포켓몬의 진짜 본체는 공 안에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 공 안에는 아기가 잠들어 있다. 아기가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다리를 이용해 부드럽게 공을 일정한 리듬으로 굴린다.
구르데의 진화형인 베라카는 스칼렛·바이올렛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다른 9세대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데뷔작 이후로는 자취를 감췄다. 맵 곳곳에 널린 구르데를 베라카로 진화시키는 과정도 영 직관적이지 않다. 레츠고 기능을 사용해 포켓몬을 꺼내둔 상태로 일정 걸음 수를 걷게 한 뒤 레벨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목록에는 동일한 조건으로 진화하는 포켓몬이 한 마리 더 있다. 걷기로 진화하는 세 마리의 포켓몬 중에서는 빠모가 진화하는 트리가 압도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를 증명하듯 베라카는 포켓몬센터 공식 굿즈가 아예 없고, 애니메이션 등장도 단 한 번에 그쳤으며 카드도 6장뿐이다.
그푸리(Bramblin) #0947
풀/고스트 타입 | 회전초포켓몬
그푸리 도감 설명:
- 저승으로 가지 못한 영혼이 바람에 휩쓸려 떠돌다 마른풀과 엉켜 포켓몬이 되었다.
- 바람에 밀려 황야를 굴러다니는 그푸리 자신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물에 젖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내친김에 스칼렛·바이올렛의 걷기 진화 이야기를 마저 해보자. 빠모를 제외한 나머지 한 자리를 차지한 녀석이 바로 그푸리다. 텍사스에서 자라며 사막과 메마른 평원에 익숙해진 필자의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그푸리와 그 진화형인 공푸리가 이렇게까지 조명받지 못하는 것은 못내 아쉽다. 희귀한 풀/고스트 타입 중에서도 유독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콘셉트를 가졌기 때문이다. 스칼렛·바이올렛에서 첫 데뷔를 치른 이후 다른 게임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으며, 포켓몬센터 굿즈는 전무하고 카드 역시 5장에 불과하다.
데스판(Runerigus) #0867
땅/고스트 타입 | 원한포켓몬
데스판 도감 설명:
- 고대의 그림에는 강력한 저주가 깃들어 있었다. 그 그림이 데스마스의 영혼을 흡수하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림자 같은 몸에 절대 닿아서는 안 된다. 새겨진 그림에 얽힌 끔찍한 기억을 보게 될 것이다.
특정 지역의 리전 폼이 겪는 비애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소드·실드에서 추가된 이 포켓몬을 얻으려면 과정이 꽤나 가혹하다. 가라르의 모습 데스마스가 기절하지 않은 상태로 한 번에 49 이상의 데미지를 받게 한 뒤, 그 만신창이가 된 녀석을 치료하지 않고 특정 돌기둥 아래로 데려가야만 데스판으로 진화한다. 진화 조건이 워낙 까다롭고 기상천외하다 보니, 작정하고 찾지 않는 이상 우연히 이 멋진 녀석을 발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데스판을 다룬 카드가 단 3장뿐이고 공식 굿즈는 아예 없다는 것이다. 본가 게임 등장은 포켓몬 레전즈 Z-A의 메가 디멘션 확장팩이 마지막이었다.
소곤룡(Whismur) #0293
노말 타입 | 속삭임포켓몬
소곤룡 도감 설명:
- 소곤룡의 울음소리는 100데시벨을 훌쩍 넘는다. 녀석이 울음을 터뜨릴 때 근처에 있다면 하루 종일 두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 자신의 울음소리에 놀라 더욱 크게 울어댄다. 기진맥진해질 때까지 울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린다.
이번 목록에 오른 다른 포켓몬들과 달리, 소곤룡은 최근 게임에서의 희미한 존재감에 비해 의외로 관련 상품이 많은 편이다. 아득한 3세대에 처음 등장했으며, 닌텐도 스위치로는 소드·실드의 갑옷의 외딴섬 확장팩에서 마지막으로 야생에 모습을 드러냈다. 브릴리언트 다이아몬드·샤이닝 펄에서도 얻을 수는 있지만, 진화형인 노공룡이나 폭음룡을 교배시켜야만 하므로 초보자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조건은 아니다. 소곤룡은 이름이나 외형이 강렬한 진화형들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소곤룡이 귀엽지 않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포켓몬센터에는 정말 깜찍한 봄맞이 봉제 인형 키링을 포함해 5개의 상품이 마련되어 있고, 관련 카드도 12장이나 발매되었다. 다만 작고 동글동글한 귀여운 포켓몬들이 워낙 많아진 탓에 예전만큼 시선을 끌지 못할 뿐이다.
크리만(Druddigon) #0621
드래곤 타입 | 동굴포켓몬
크리만 도감 설명:
- 동굴에 살지만 일광욕을 절대 거르지 않는다. 체온이 너무 떨어지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 흉폭하고 교활한 성격을 가졌다. 다른 포켓몬이 파놓은 둥지를 빼앗아 마치 자신의 보금자리인 양 눌러앉는다.
멋진 드래곤 타입 포켓몬이 넘쳐나는 요즘, 크리만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게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짓궂은 생각이 든다(크리만 팬분들께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블랙·화이트 버전에서 처음 등장한 이 독특한 외형의 포켓몬은 소드·실드의 확장팩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췄다. 또다시 '확장팩 전용' 신세가 된 셈이다. 하지만 포켓몬센터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크리만 인형의 상품평과 재입고 요청 쇄도를 보면, 이 잊힌 포켓몬을 향한 팬들의 애정은 여전히 뜨거운 것 같다. 진화하지 않는 단일 드래곤 타입이라는 흔치 않은 포지션도 한몫했을 것이다. 카드 15장이 출시된 크리만이 하루빨리 게임 본편에 복귀해 필자의 파티에서 맹활약할 날을 고대한다.
골비람(Golett) #0622
땅/고스트 타입 | 골렘포켓몬
골비람 도감 설명:
- 고대의 신비로운 문명이 낳은 과학 기술로 창조된 포켓몬이라 여겨진다.
- 미지의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아 움직인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움직였기에 그 동력이 곧 바닥날지도 모른다.
도감 번호 상 크리만 바로 다음에 위치한 골비람 역시 블랙·화이트 버전에서 진화형인 골루그와 함께 데뷔했다. 보기 드문 땅/고스트 타입이라는 매력을 가졌지만,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에서는 소드·실드를 거친 후 스칼렛·바이올렛과 포켓몬 레전즈 Z-A에서 모두 '확장팩 전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다행히 포켓몬 레전즈 아르세우스에서 고대에 활약하던 모습을 흥미롭게 조명받은 적이 있다. 게임프리크가 과거를 배경으로 한 신작을 또다시 구상 중이라면, 오래된 고대의 기술로 빚어진 골비람이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길 기대해 본다. 포켓몬센터 인형 하나, 13장의 카드가 발매되었고 블랙·화이트 애니메이션에서도 간간이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딱정곤(Karrablast) #0588
벌레 타입 | 달팽이붙이포켓몬
딱정곤 도감 설명:
- 특이한 체질을 가져 전기 에너지를 받으면 놀라운 반응을 일으킨다. 쪼마리가 곁에 있으면 진화하게 된다.
- 입에서 산성 액체를 뱉어내 쪼마리의 껍질을 녹인다. 껍질은 먹지 않고 내용물만 파먹는다.
성질이 고약해 보이면서도 묘한 매력을 풍기는 딱정곤은 5세대 블랙·화이트에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소드·실드를 끝으로 더 이상 야생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특유의 공격적인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도 아쉽지만, 무엇보다 멋진 벌레/강철 타입인 슈바르고로 진화시킬 수 없다는 점이 통탄할 노릇이다. 다른 비주류 포켓몬들과 마찬가지로 포켓몬센터에는 작은 인형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카드는 11장이 나왔으나, 외전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는 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가비루사(Veluza) #0976
물/에스퍼 타입 | 떼어내기포켓몬
가비루사 도감 설명:
- 불필요한 살점을 떼어내면 정신이 맑아지며 사이코 파워가 극대화된다. 떨어져 나간 살점은 담백하고 아주 맛있다.
- 뛰어난 재생 능력을 자랑한다. 몸의 살점을 잘라내 몸놀림을 가볍게 한 뒤 사냥감을 향해 맹렬히 돌진한다.
또 한 마리의 소름 끼치는 해양 포켓몬이다! 스칼렛·바이올렛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가비루사는 아직 단 한 번도 다른 매체에 얼굴을 비추지 못했다. 관련 굿즈도 없고, 애니메이션이나 외전 게임에도 출연하지 않았다. 심지어 진화조차 하지 않는 이 난폭한 물고기는 그저 팔데아지방의 바다를 외롭게 헤엄칠 뿐이다. 놀랍게도 이 녀석이 유일하게 환영받는 곳은 다름 아닌 카드 게임 무대다. 총 6장의 카드가 출시되었는데,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포켓몬치고는 일러스트가 하나같이 세련되고 역동적으로 뽑혔다.
포켓몬의 총 숫자가 천 단위를 훌쩍 넘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주식회사 포켓몬의 집중적인 마케팅이나 포켓몬 레전즈 Z-A, 포켓몬 포코피아 같은 굵직한 최신작에서 한 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포켓몬을 골라내는 작업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만약 당신의 최애 포켓몬이 이 목록에 있다면, 그 녀석의 어떤 점을 사랑하는지 댓글로 남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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