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에필로그'가 자사의 첫 번째 하드웨어인 'GB 오퍼레이터'를 세상에 선보였을 때 레트로 게임 수집가들은 비로소 소중한 고전 명작들을 안전하게 보존할 확실한 수단을 얻게 되었다. 이 작고 유용한 기기는 실물 게임보이 카트리지를 PC에서 직접 구동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PC와 빈 USB 포트만 있다면 수명이 다해가는 구형 카트리지에서 게임 롬(ROM)과 세이브 데이터를 손쉽게 추출하고 백업할 수 있는 놀라운 편의성을 자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에필로그 개발진이 그 편리함을 슈퍼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SNES) 및 슈퍼 패미컴(SFC)으로 고스란히 옮겨온 후속 기기, 'SN 오퍼레이터'와 함께 돌아왔다. 이 기기는 16비트 레트로 감성을 완벽하게 저격하는 수작이자, SNES 및 SFC 카트리지 수집가라면 무조건 갖춰야 할 필수품이다. 덕분에 필자가 어린 시절 정성을 들였던 '파이널 판타지 VI'의 최종 보스전 세이브 데이터도 이제 영구적인 생명력을 얻게 되었다!
전작인 GB 오퍼레이터와 마찬가지로, 60달러에 출시된 SN 오퍼레이터의 사용법은 매우 직관적이다. 패키지에 동봉된 케이블을 기기와 PC의 USB-C 포트에 연결하기만 하면 물리적인 준비는 끝난다. 연결을 마친 후 에필로그가 제공하는 전용 구동 프로그램 '플레이백'을 설치하면, 본인이 소장한 SNES 명작들을 즉시 플레이하거나 데이터를 백업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완료된다. 설정 과정은 번거로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끄럽고 쾌적하다. 또한, 기기와 플레이백 소프트웨어 모두 리눅스와 애플 운영체제를 완벽하게 지원하므로, 해당 환경을 사용하는 레트로 게이머들 역시 아무런 걱정 없이 이 기기를 활용할 수 있다.
SN 오퍼레이터를 연결하고 플레이백을 실행하면 세 가지 직관적인 선택지가 주어진다. 현재 삽입된 카트리지를 바로 플레이할 것인지, 카트리지 내부 데이터를 PC로 백업할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PC의 데이터를 카트리지에 덮어씌울 것인지 결정하면 된다. 여기서 백업 기능은 소중한 16비트 게임 라이브러리를 영구적인 디지털 파일로 보존할 수 있는 롬 추출은 물론, 게임 진행 상황이 담긴 세이브 파일만 따로 복사하는 옵션도 충실히 지원한다. USB-C의 빠른 전송 속도와 고전 게임 특유의 매우 가벼운 롬 및 세이브 파일 용량 덕분에, 이 모든 추출 및 백업 과정은 단 몇 초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난다.
비록 필자가 창고를 가득 채울 만큼 방대한 컬렉션을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약 30개의 타이틀을 백업하는 데 고작 20분밖에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쾌적한 작업 속도를 경험했다. 추출한 데이터를 카트리지로 다시 주입하는 과정(적어도 세이브 파일의 경우) 역시 똑같이 신속하게 처리된다. 이는 세이브 데이터를 미리 안전하게 백업해 둔 뒤, 수명이 다한 카트리지 내부의 낡은 수은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다시 원래의 세이브 파일을 복구해 넣는 일련의 유지보수 작업을 완벽하게 지원한다는 뜻이다. 다만, 게임 롬 파일 자체를 카트리지에 덮어씌우는 작업은 일반적인 정품 카트리지로는 불가능하며, 데이터를 자유롭게 읽고 쓸 수 있는 특수한 플래시 카트리지가 필요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SN 오퍼레이터로 게임을 구동할 때, 에필로그의 하드웨어는 기본적으로 일종의 카트리지 리더기 역할을 수행하며 실제 게임 에뮬레이션은 플레이백 소프트웨어가 담당한다. 이는 하드웨어 칩셋(FPGA) 단에서 오리지널 콘솔의 아키텍처를 물리적으로 복제하여 구동하는 '아날로그 슈퍼 NT'와는 궤를 달리하는 방식이다. 즉, 본질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에뮬레이션을 거치게 되지만, 게임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용자가 소유한 물리적 카트리지가 슬롯에 장착되어 있어야만 한다. 결과적으로 본인이 직접 돈을 주고 구매한 정품 카트리지의 데이터를 통해 플레이하는 구조이므로, 저작권 및 불법 롬 파일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다는 확실한 장점을 지닌다.
에필로그의 플레이백 소프트웨어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오픈 소스 기반의 'bSNES'를 기본 에뮬레이터 코어로 채택하여 매우 안정적인 구동 능력을 보여준다.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는 다양한 화면 셰이더 필터, 카트리지 자동 저장 기능, 치트 코드를 비롯한 다채로운 커스터마이징 설정까지 알차게 지원한다. 만약 다른 에뮬레이터를 선호한다면, 플레이백 내부에 구비된 다른 코어 옵션(주로 'SNES9x'의 파생 버전들)으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카트리지에서 추출해 낸 백업 파일들은 SN 오퍼레이터 하드웨어나 플레이백 소프트웨어에만 종속되는 암호화 포맷이 아니기 때문에, 시중에 존재하는 그 어떤 슈퍼 닌텐도 에뮬레이터에서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솔직히 필자가 게임 플레이 시 발생하는 미세한 입력 지연에 엄청나게 예민한 편은 아니지만, SN 오퍼레이터를 통해 구동해 본 수많은 게임들은 완벽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케프카의 탑을 오를 때나 킹 크루루의 맹렬한 대포알 공격을 회피할 때의 조작감은, 과거 브라운관 TV 앞 오리지널 콘솔로 즐기던 시절의 쫀득한 손맛 그대로였다. 특히 플레이백 소프트웨어에 통합된 계정 연동 기능을 통해 '레트로 어치브먼트(Retro Achievements)'에 로그인한 뒤, 고전 명작들을 플레이하며 새롭게 도전 과제를 달성해 나가는 과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각별한 재미를 선사했다.
기기의 호환성 측면에서 보자면, 필자가 테스트해 본 모든 정식 발매 카트리지는 단 한 번의 오류 없이 정확하게 인식되었고 타이틀 정보 역시 정상적으로 표기되었다. (물론 접점 인식이 안 될 때 카트리지 팩 단자에 입바람을 '후후' 불어넣는 추억의 민간요법을 두어 번 동원해야 했지만 말이다). 북미 버전(SNES)과 일본 버전(SFC) 카트리지를 가리지 않고 모두 테스트해 본 결과, 어떠한 지역 제한의 장벽 없이 16비트 시절의 영광스러운 도트 그래픽을 화면에 고스란히 띄워주었다. 유일하게 인식이 거부된 타이틀이 있다면, 팬 유저들이 비공식적으로 영문 번역을 입혀 자체 제작한 '바하무트 라군'과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의 복제품 카트리지뿐이었다. 이 두 타이틀은 훗날 게임보이 어드밴스로 이식된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를 제외하면 서구권에 정식 현지화되어 발매된 적이 없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구매 전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과거 SNES 기기에서 게임보이 타이틀을 구동할 수 있게 해 주었던 특수 주변기기인 '슈퍼 게임보이'의 경우, SN 오퍼레이터에서는 기술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에필로그 측이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중고 타이틀 수집가나 레트로 게임 숍 운영자들에게 빛과 소금이 될 만한 특수 기능도 존재한다. 바로 현재 슬롯에 꽂힌 카트리지가 진품인지 가품인지 기기 자체에서 판별해 주는 기능이다. 덕분에 진품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일일이 드라이버로 카트리지 케이스를 분해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완전히 덜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슈퍼 닌텐도가 아닌 게임보이(GB) 및 게임보이 컬러(GBC) 타이틀을 메인으로 구동하고 백업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고민할 필요 없이 기존에 출시된 GB 오퍼레이터를 구매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해당 기기는 모든 휴대용 게임보이 카트리지를 매끄럽게 구동하는 것은 물론, 1세대 포켓몬스터처럼 특정 타이틀에 내장되어 있던 감성 넘치는 슈퍼 게임보이 전용 화면 테두리 그래픽까지 완벽하게 구현해 낸다. 심지어 두 오퍼레이터를 PC에 동시에 연결해 두어도 시스템 간 충돌이나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플레이백 소프트웨어 상단에 위치한 드롭다운 메뉴를 통해 어느 기기의 슬롯을 읽어 들일지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는 SN 오퍼레이터와 관련된 모든 조작과 과정을 유저가 스트레스 없이 직관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해 내는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
개인적으로 이 기기가 지닌 최고의 매력이자 핵심 구매 요인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백업 기능이다. 그중에서도 세이브 파일만을 안전하게 별도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은 레트로 게이머들에게 축복과도 같다. 게임 롬 자체를 추출하고 수명을 다한 카트리지를 디지털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 훌륭한 장점이지만, 그 시절 소중한 추억이 깃든 세이브 데이터를 물리적 파손이나 배터리 방전의 위협으로부터 구출해 낸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묵직한 의미를 지닌다. 어린 시절 형제자매와 밤을 지새우며 함께 달성했던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 진행률 100% 달성 데이터나, 달 표면까지 도달해 스스로도 큰 자부심을 느꼈던 파이널 판타지 IV의 세이브 파일을 떠올려 보라. 카트리지 내부의 배터리 수명이 다하여 그 귀중한 기록들이 데이터의 바닷속으로 영영 사라지기 전에 안전하게 추출하고 영구 보존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SN 오퍼레이터가 제시하는 압도적인 가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에필로그가 선보인 이 최신 하드웨어는 기기 구매 비용을 훨씬 상회하는 감정적, 실용적 만족감을 안겨준다.
하드웨어 기기의 마감 자체는 매우 견고하고 훌륭하게 제작되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면, 필자가 리뷰용으로 지급받은 제품의 경우 슬롯에 카트리지를 꽂을 때 결합부가 다소 지나치게 뻑뻑하여 다시 뽑아내기가 조금 버거웠다는 점이다. 카트리지를 쉽게 밀어 올릴 수 있는 기계식 탈착 구조가 탑재되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에필로그는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SN 오퍼레이터 덕분에, 유년기의 각별한 의미가 담긴 소중한 데이터들을 부서지기 쉬운 낡은 플라스틱 카트리지 껍데기로부터 구출해 영구 보존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두 발 뻗고 편히 잠들 수 있게 되었다. 유년 시절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추억을 안전하게 지켜냈다는 마음의 평안은 60달러라는 기기 가격표 따위와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옷장 구석이나 다락방 먼지 덮인 상자 속에 슈퍼 닌텐도 타이틀 컬렉션을 잠재워두고 있는 레트로 게이머가 있다면, 이 SN 오퍼레이터는 필자가 주저 없이 가장 먼저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궁극의 솔루션이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