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언리얼 엔진에서 이와 같은 카툰풍 아트를 훌륭하게 소화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물리 기반 렌더링(PBR)을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고, 오랜 기간 사실적인 그래픽을 지향해왔던 언리얼 엔진 환경에서 이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애니메이션 스타일은 충돌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 엔진의 개발사인 에픽게임즈는 물론, 여러 게임사들이 언리얼 엔진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그래픽을 소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심슨 특유의 2D 느낌을 어떻게 3D로 정밀하게 구현했는지, 언리얼 페스트 2026 시카고 세션에서 에픽게임즈의 TA 및 아트 전문가 3인이 각자의 영역에서 그 프로세스를 정리해서 설명했다.

"40년 전통 애니메이션과 슈터 게임의 충돌, 예술적 도전 과제"

빌 클래디스 TA 디렉터는 세션 시작에 앞서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 '플레이어에게 진정으로 원작에 충실한 스프링필드를 선사하면서도, 포트나이트 본연의 경쟁적인 게임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심슨 가족은 전 세계 전 세대에 걸쳐 인지도가 높은 IP다. 그런 만큼 특유의 밝은 색상과 독창적인 아트 스타일이 널리 알려진 상태다. 반면, 10주년을 맞이한 포트나이트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으면서도 무엇보다 '플레이어가 이겨야 하는' 경쟁 슈팅 게임이다. 따라서 아트가 게임플레이나 성능을 희생시켜서는 안 됐다. 그러면서도 PS5 같은 하이엔드 콘솔부터 구형 모바일 폰까지 모든 기기에서 심슨 IP 특유의 스타일을 퀄리티 있게 구현해야 하는 복잡한 과제가 주어졌다.

빌 클래디스는 심슨 스타일의 핵심을 '물리 기반 렌더링(PBR)의 원칙을 거스르는 셀 셰이딩과 외곽선(아웃라인)'으로 정의했다. 심슨 유니버스는 음영이나 그라데이션이 거의 없는 밝고 깨끗한 환경이며, 고정된 너비의 부드러운 아웃라인이 색상 분리 경선을 이룬다.
특히 조명과 그림자가 물리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난제였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는 창밖의 빛과 내부의 밝기가 정확히 일치해 자동 노출 보정이 필요 없고, 바트의 방 천장처럼 강한 감쇄(falloff) 효과가 아티스트의 재량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된다. 의자 밑 그림자는 비스듬하지 않고 수직으로 투사되며, 침대 헤드보드는 그림자를 전혀 드리우지 않는 식이다. 이러한 예술적 허용을 물리적 정확성을 가진 렌더러와 결합하는 것이 이번 시즌의 가장 거대한 도전이었다.
"포스트 프로세스와 눈속임, 심슨의 정체성을 세공한 테크니컬 아트"

뒤이어 연단에 오른 폴 메이더 아티스트는 재질(머티리얼) 셰이딩, 외곽선 생성, 수면 및 식생(폴리지) 처리 등 구체적인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작년 심슨 이벤트 작업을 진행할 당시에는 언리얼 엔진에 기본 툰 셰이딩 모델이 없었다. 그렇다고 기본 PBR 모델을 쓰면 구체 같은 복잡한 지오메트리에서 원치 않는 강한 그라데이션이 발생했다. 완전 이미시브(자체 발광)나 노멀 수정 방식은 라이팅 반응이 끊기거나 오작동을 일으키는 단점이 있었다. 개발진이 찾은 해결책은 '태양 방향 벡터 기반의 콘테스트 레인'을 대량 활용해 표면이 훨씬 평평해 보이도록 눈을 속이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머티리얼 인스턴스 파라미터를 결합해 오브젝트마다 최적의 효과를 조절했다.

아웃라인 생성에는 포스트 프로세스 머티리얼을 활용해 뎁스, 노말, 러프니스 버퍼 세 가지를 결합했다. 뎁스 버퍼는 단순하게 외곽선을 구현할 수 있지만 픽셀 간 깊이 차이가 큰 곳에서만 작동하여 큐브 가장자리 등을 놓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노말은 깊이의 공백은 메워도 지면과 동일한 노말을 가진 표면은 감지하지 못했다. 그 사이에 스펙큘러를 0으로 설정하고 러프니스 맵을 임의로 활용, 스태틱 메시의 그레이 스케일 컬러를 버텍스 클러스터에 직접 렌더링해서 값이 바뀔 때마다 아웃라인을 생성하는 식으로 보완을 했다.



이렇게 적용했을 때 멀리서 외곽선이 뭉개지거나 하늘과의 경계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뎁스 버퍼의 최솟값을 4번 샘플링해 페이드 아웃 강도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모바일 환경의 경우 뎁스 버퍼만 사용 가능해 퀄리티가 떨어지자, 심슨 특유의 플랫한 색상 구성을 이용해 '씬 컬러가 바뀔 때마다 아웃라인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결과물을 냈다.
또한 기존 포트나이트의 캐릭터, 차량 등 PBR 에셋들이 포스트 프로세스의 영향을 받아 노이즈 아웃라인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커스텀 뎁스 렌더링'과 '스펙큘러 가 0 이상인 오브젝트 제외'라는 투 트랙 마스킹 솔루션을 구축했다. 로드 시 에셋 경로가 스타일화 폴더에 없으면 자동으로 포스트 프로세스에서 배제되도록 코드를 짰다.


이파리 사이사이의 경계도 겹치는 문제도 기술적으로 풀어냈다. 단순 프리미티브 위에 디테일 잎 모델을 배치하자 아웃라인 노이즈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러프니스 버퍼를 반으로 나눠 0.5 미만은 폴리지로 분류해 캐노피 내부의 라인을 지우고 둘레만 남기는 마스크를 만들었다. 겹쳐진 울타리 에셋 사이의 지저분한 라인은 블루프린트를 통해 인접한 경계를 재귀적으로 감지하고 동일한 러프니스 값을 강제 설정함으로써 클러스터 전체를 감싸는 아웃라인만 남도록 해결했다.
물리적 광원이 없는 심슨 특유의 '드롭 섀도(Drop Shadow)'는 포스트 프로세스 머티리얼 내에서 3차원 벡터 오프셋을 활용해 스크린 스페이스 상에서 구현했으며, 16번의 촘촘한 샘플링 단계를 거쳐 오브젝트와 지면이 공중에 뜨지 않고 완벽하게 연결되도록 마감했다.



"조명과 대기 환경의 단순화, 완벽한 몰입감을 위한 최종 퍼즐"

마지막으로 폴 오클리 라이팅 아트 디렉터는 스프링필드의 전체적인 조명 밸런스와 대기 환경을 어떻게 구축했는지 설명했다.
초기 PBR 기반 조명은 사방에 그라데이션이 남고 그림자 밀도가 너무 깊어 심슨의 느낌을 주지 못했다. 이에 개발진은 과감하게 루멘(Lumen)과 글로벌 일루미네이션(GI)을 비활성화하여 그라데이션의 근본 원인을 제거했다. 또한 실내외의 색상 및 밝기 밸런스를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 자동 노출(Adaptive Exposure)을 제거하고 스카이 라이트 섀도를 껐으며, 앰비언트 오클루전(AO)도 크게 줄였다. 대신 캐릭터와 차량 같은 PBR 에셋에만 스크린 스페이스 리플렉션을 제한적으로 적용해 최소한의 입체감을 유지했다.
특히 환경 에셋이 너무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베이스 컬러의 일부를 이미시브(자체 발광) 환경 에셋에 미량 주입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를 통해 환경의 밝기가 라이팅 컴포넌트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도 PBR 캐릭터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광원 밸런스를 찾았다.

실내(인테리어) 조명의 극단적인 평면성을 해결하기 위해 버텍스의 노멀 방향과 디렉셔널 라이트 벡터 간의 닷 프로덕트(내적)를 계산하여 이미시브 머티리얼 함수에 추가했다. 그러면서 심슨 특유의 단순함을 유지하면서도 미세한 차원성을 표면에 부여했다.
또한 태양의 소스 앵글을 낮춰 언제나 선명한 그림자를 만들었고, 실내 포인트/스폿 라이트의 감쇄(Falloff) 값을 엔진 한계치인 0(실제로는 1로 클램프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지 불가능한 미세 숫자로 설정)에 가깝게 조정해 조명이 겹치면서 생기는 지저분한 지오메트릭 그림자 간섭을 없앴다.


마지막으로 포트나이트의 핵심 요소인 '폭풍(Storm)' 비주얼도 심슨 스타일에 맞춰 완전히 재구축했다. R(셰이딩), G(아웃라인), B(불투명도 마스크) 채널을 가진 단순 구름 스트립 텍스처를 2개 레이어로 나누어 다른 속도로 회전시키고, 레이어 간에 미세한 UV 오프셋으로 드롭 섀도를 주어 단순한 돔 지오메트리 안에서 깊이감 있는 2D 구름 cascade를 연출했다. 안개(Fog)의 경우 배틀버스 높이의 고공 안개와 지면 안개의 밀도가 플레이어 위치에 따라 유기적으로 블렌딩되도록 데이 시퀀스 볼륨을 적용해 전 가시성(Scalability) 단계에서 깔끔하고 선명한 심슨 고유의 인트로 비주얼을 재현해 냈다.

이러한 과정까지 소개를 마친 뒤 빌 클래디스 TA 디렉터가 다시 연단에 등단, 연단에 서지는 못했지만 포트나이트에 심슨의 세계를 구현할 때 도움을 준 모든 개발진과 외주 작업진에게 감사를 표햇다. 실제로 이번 심슨 콜라보는 포트나이트 고유의 24시간 주기에 맞춰서 심슨 가족의 세계관을 완벽히 담아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빌 클래디스 TA 디렉터는 수천 개의 애셋과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작업인 만큼 난관도 많았지만, 이러한 과정으로 얻은 경험을 공유하면서 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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